[성명서]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끼리 특별교통수단으로 싸우게 하지 말고 법이 정한 대로 휠체어 이용자에게 우선 배차하라!
성명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6-06-28 10:30
조회
196

[성명서]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끼리 특별교통수단으로 싸우게 하지 말고
법이 정한 대로 휠체어 이용자에게 우선 배차하라!
특별교통수단을 휠체어 이용자에게 우선 배차하라. 그것이 법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부족한 차량과 인력 문제를 책임지지 않은 채, 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교통약자들이 한정된 차량을 두고 아귀다툼하게 만들고 있다.
2023년 5월 16일 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6조제10항은 “시장이나 군수는 특별교통수단을 배정할 때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자인 중증보행장애인, 노약자 등 여러 교통약자 가운데 휠체어 이용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차량을 배차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제6조에 규정된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자는 ▲중증보행장애인으로서 버스ㆍ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 ▲버스ㆍ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노인 등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시ㆍ군의 조례로 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제5조에 규정된 특별교통수단의 법정대수는 중증보행장애인의 수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구조적으로 법정대수에 비해 이용자가 많아 초과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25년 9월 기준 특별교통수단 이용 건수 전국 7,186,767건 중 법정 대수 기준에 산입되는 중증보행장애인의 이용 건수는 5,645,886건으로, 이미 27% 이상의 초과수요가 발생했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상황에서 법정대수 기준에 산입되지 않는 노인의 비중이 점차 늘어갈 것을 고려하면 특별교통수단의 초과수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미 부족한 차량마저 충분히 운행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2025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특별교통수단은 5,073대 운행되고 있지만 차량 1대당 하루 운행 시간은 8시간이 채 되지 않고 나머지 16시간 이상은 차고지 방치되고 있다. 이는 차량 1대에 배치된 운전원이 1명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증장애인들은 법정대수를 100대 이상 넘겨 운행하는 서울시에서도 차 한 대를 타기 위해 최대 5시간까지 대기하여야 하고, 전국 최장 대기시간을 기록한 경상북도에서는 12시간 이상 기다려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한 사례도 있다.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여러 대상자 중에서 최대 대기시간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일 것이다. 이들에게는 특별교통수단 이외에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에게는 다른 대체 이동수단(임차, 바우처 택시 등) 혹은 저상버스나 택시 등 불편하더라도 이동을 위한 다른 선택지가 있다 . 특별교통수단 이용에서 휠체어 이용자를 우선 고려하라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6조제10항의 규정은 이렇듯 자원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욱 이동수단이 절박한 사람의 필요를 우선하기 위해 개정되었다.
그러나 차량을 늘리지도, 운행률을 개선하지도 않으면서 그 절박한 필요마저 외면한 정부와 지자체 탓에 이 문제는 특별교통수단 외에 다른 이동수단이 없는 휠체어 이용자와 불편하지만 선택지가 있는 교통약자 사이에서 특별교통수단을 두고 벌어지는 아귀다툼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이동 불가능과 이동 불편에 대응하는 교통정책의 방향과 목표, 세부이행지침은 달라야 한다.
부산, 대전, 충남, 전남, 경북 5개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지자체는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를 충족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법정대수를 초과하여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약자법 시행령에 명시된 광역이동(예, 서울, 경기, 인천)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도 내에서도 인접한 지역 이외에는 신청 즉시 배차가 불가하여 반드시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하며 그마저도 일일 예약 가능 대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여서 끝내 이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한 대당 5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리프트 장착 차량을 리프트가 필요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까지 제공할 것이 아니라 리프트가 필요하지 않은 이용자들을 위한 이동지원 차량을 별도로 도입하여 차별없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현재 법에 명시된 휠체어 이용자 우선배차 원칙을 시스템에서 실질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특별교통수단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법은 이들을 '먼저' 고려하라고 못 박은 것이 아닌가.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법을 이행하지 않고 휴지조각으로 전락시켰다.
휠체어 이용자와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교통약자 두 집단은 모두 이동을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산을 통제하는 기획예산처는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 지원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고, 국토교통부는 현재 법령을 통해서 현실적으로 대기시간을 감축할 방법이 있음에도 침묵하고 있다. 이로써 국가는 좁은 원형경기장 안에 서로 다른 처지의 교통약자들을 가둔 채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도록 만들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이 정한 휠체어 이용자 우선 배차 원칙을 지켜라. 휠체어가 아니면 이동할 수 없는 이들의 오래 지속돼 온 절박함을, 법에 명시된 대로 우선 해소하고 교통약자 이동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교통약자 모두에게 같은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평등이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자원을 투여하지 않고 그 책임을 한정된 자원 안에서 이용자들끼리 차지하기 위해 싸우도록 남겨두는 작태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에서 살고 싶습니다.”
매일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외치는 장애인들의 절박함에 이재명 정부는 응답해야 한다. 이동권 문제해결의 답은 이미 제22대 국회 1호 법안에 담겨 있다.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전부개정안)은 이동지원차량을 휠체어 이동지원차량, 이동서비스 지원차량, 단순이동 지원차량으로 구분하여(제38조),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교통약자가 한 차량을 두고 다투지 않도록 한다.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휠체어 탑승설비 차량을, 보행은 가능하나 정보 접근·행동상 지원이 필요한 이에게는 별도의 이동서비스 차량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대기시간으로 인한 차별이 없도록 차량 1대당 운전원 2.5명 이상 확보를 위한 자금 지원을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로 규정하고(제39조 제2항), 휠체어 및 이동서비스 지원차량을 일일 3분의 2 이상 운행되도록 했다(제39조 제1항).
그러나 이 법은 국회 안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은 채 계류되어 있다. 국토교통부와 제22대 국회는 이 법을 즉각 통과시켜,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자체의 재량과 시혜가 아닌 국가의 책임이자 권리로 전환하라. 국토교통부와 기획예산처는 법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여 운전원 2.5명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예산을 마련하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 제16조 제10항에 따라 휠체어 이용자 우선 배정 의무를 즉각 전면 이행하라. 특별교통수단(휠체어 이동지원차량)과 특별교통수단 외 차량을 별도로 분리·확충하여, 휠체어 이용자가 다른 수요에 밀려나지 않도록 보장하라. 또한 정부는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를 국비로 편성하여, 차량 부족과 긴 대기시간으로 우선 배정이 무력화되는 현실을 끊어내라.
이용대상·운영기준을 지자체 조례에 떠넘기는 방식을 끝내고, 거주지에 따라 휠체어 이용자의 권리가 달라지지 않도록 전국 동등한 기준을 세워라.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은 누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빼앗길 수 없는 권리다. 법은 이미 휠체어 이용자를 먼저 고려하라는 원칙을 수립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국가가 그 원칙을 현장에서 책임지고 실현하는 일뿐이다.
2026년 6월 28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